제안 배경 및 내용
저는 범죄피해자입니다.
사방이 암담한 현실에서 혈혈단신으로 지리멸렬한 재판 과정에서 범죄피해자 지원센터는 빛과 길잡이가 되어 주었고 지쳐 무너지지 않도록 버팀목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재판이 종료된 이후에도 깊은 우물 속에서 맨몸으로 기어 올라와 손발톱 모두 뽑혀 나가 피를 철철 흘리는 마냥 심신이 만신창이인 채로 긴 시간 일상을 이어갔습니다.
재판은 끝이 났지만, 달라진 것도 변화될 것도 없는 깊은 암흑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가 유지되던 어느 순간부터 아득히 저 멀리 빛 한 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범죄피해지원센터 자조 모임은 저에게 터널 속 빛 한점으로 다가왔습니다.
범죄피해로 바닥난 자존감으로 세상에 벽을 쌓고 두려워하며 버텨내고 견뎌온 저에게 공통의 아픔을 가진 동지와 같은 다른 피해자들과 범죄피해자 지원 센터 봉사자들이 함께하는 자조 모임은 터널 속 어둠을 뚫고 들어오는 한 줄기 빛과 같았습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자조 모임은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며 마음을 보듬고, 신체 접촉을 통해 굳은 감각을 이완시키며, 심신의 안정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여행, 체험 활동, 자기 수양, 힐링캠프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 활동은 한 줄기 빛의 에너지가 되었습니다. 함께 울고 웃고 즐기며 행복이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롯이 자기 자신에 집중하는 일대일의 심리 상담은 피해자 회복에 가장 핵심이 되는 필수 요소로 자기 성찰과 자기 분석 등의 밀도 있는 성장과 회복이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심리 상담 이외 피해자 회복의 또 다른 프로그램인 자조 모임은 자연스러운 환경과 집단에서의 역동을 통해 얻어지는 ‘친밀감 형성, 화합, 자존감 향상’ 등은 피해자 회복 효과성의 또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자조 모임 집단 내에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과 서로 교류하고 지지 격려하며 정서적 안정과 위안을 얻을 수 있고 혼자가 아니라는 강한 유대감을 느끼며 점차 회복을 통한 건강한 사회인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범죄피해자로 시작한 수년의 자조 모임 활동은 범죄피해자에서 또 다른 피해자에게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자 하는 봉사자로, 더 나아가 상담자로 거듭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개인 심리 상담, 자조 모임 모두 피해자 회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각각 부분별 특이점과 장점이 있을 것입니다. 특히나 자조 모임의 경우 참여 인원 대비 경제적 효율성, 대인관계 기술 향상, 사회적 지지 제공 등의 이점이 있습니다.
유사한 아픔을 지닌 범죄피해자가 중심이 되는 자조 모임을 통한 피해자 회복력은 매우 큰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민간 후원으로 유지되는 자조 모임은 프로그램 활동에 적잖은 제한이 따르게 된다고 봅니다. 체계적인 정부 지원과 예산이 책정된다면 자조 모임 활성화로 피해자 회복에 크게 기여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부디 범죄피해자 회복 자조 모임 프로그램의 활성화를 위하여 정부 지원 예산 책정을 간곡히 요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