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확대 개편
공수처는 2021년 출범 이후 고위공직자의 부패 범죄를 독립적으로 수사한다는 취지 아래 설립되었습니다. 그러나 2026년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새롭게 출범하면서 두 기관 간의 수사 대상과 기능이 상당 부분 중첩되어 공수처의 역할이 점점 불분명해지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국민주권정부 출범 이후 단행된 정부조직법의 전면적 개편으로 행정 권한의 재배분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면서, 공수처는 수사 기능만으로는 고위공직자의 비위를 실효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수처 출범 이후 사실상 사문화된 특별감찰관 제도로 인해 청와대에 대한 감찰 기능이 제도적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는 점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핵심 문제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 제안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권한 일부를 공수처로 이관하는 방안을 제시합니다. 민정수석실은 역대 정권에서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비위 감찰, 사정 정보 수집 등을 총괄하며 막강한 권력 기관으로 기능해 왔으나,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감찰 권한이 정치적으로 활용되거나 권력 핵심부의 비위가 묵인되는 폐단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본 제안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민정수석은 대통령 보좌 기능과 그 외 고유 권한을 확고히 유지하되, 고위공직자 비위 첩보 수집, 복무 감찰, 사정 관련 정보 관리 등 고위공직자와 직결된 업무만을 공수처로 이관하자는 것입니다. 아울러 사문화된 특별감찰관의 권한도 공수처가 흡수·계승함으로써, 대통령 친인척을 포함한 권력 핵심부에 대한 감찰 공백을 실질적으로 해소해야 합니다.
확대 개편된 공수처는 수사, 감찰, 인사 검증 지원이라는 세 가지 기능을 유기적으로 수행하는 고위공직자 종합 관리 기관으로 재설계되어야 합니다. 기존의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 기능은 중수청과의 역할 중복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더욱 명확히 정립하고, 이관받은 감찰 권한을 바탕으로 수사 개시 전 단계에서의 비위 예방 및 상시 감찰 활동을 수행해야 합니다. 또한 감찰 결과와 비위 이력 등 객관적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고위공직자 후임 승계 계획 수립 과정에서 인사 검증 자료를 제공하는 역할도 담당해야 합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인사혁신처와 인사수석의 고유한 인사 결정 권한은 철저히 존중하며, 공수처는 어디까지나 객관적 정보를 제공하는 보조적 역할에 엄격히 한정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확대 개편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면밀한 제도적 설계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민정수석실로부터 이관되는 업무의 범위와 절차는 정부조직법 및 공수처법 개정을 통해 명문화하고, 중수청과의 수사 관할 역시 법령으로 명확히 구분하여 기관 간 갈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합니다. 특히 공수처는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이 행정부·입법부·사법부 어느 부처에도 소속되지 않는 독립 중앙행정기관의 지위를 갖는다는 점에서 제도적으로 중요한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독립성은 이관받은 감찰 권한이 정권의 교체나 정치적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일관되게 행사될 수 있는 근거가 되며, 민정수석실이 역대 정권마다 권력의 방패막이로 전락했던 구조적 한계를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핵심 기반이 됩니다. 아울러 공수처장의 신분 보장을 강화하고 처장 직속의 독립적인 감찰본부를 신설하여, 이관된 감찰 기능이 어떠한 외부 압력에도 중립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합니다.
이러한 개편이 실현된다면 고위공직자 비위에 대한 예방, 감찰, 수사, 인사 검증의 전 과정이 하나의 독립 기관 안에서 일관되게 처리되어 제도적 사각지대가 대폭 축소될 것입니다. 더불어 공수처가 주요 고위공직자의 비위 이력과 직무 수행 현황을 상시 관리함으로써, 예기치 못한 공직 공백 상황에서도 검증된 후임 인선 자료를 즉시 제공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추어져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습니다. 과거 고위공직자의 갑작스러운 사임이나 직무 정지 상황에서 반복되어 온 인사 난맥상을 사전에 방지하고, 국가 운영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제도적으로 담보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인권위와 같은 독립 중앙행정기관이라는 지위를 바탕으로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일관된 원칙 아래 고위공직자를 관리하는 항구적 시스템이 구축됨으로써, 체계적인 감찰 정보 관리를 통해 인사 검증의 객관성과 신뢰성이 높아지고 능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인재가 요직에 등용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수 있습니다. 공수처가 명실상부한 고위공직자 종합 관리 기관으로 거듭날 때, 비로소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직 사회의 기틀이 마련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2026-02-23